뉴질랜드에서 76년의 세월을 함께 산 90대 부부가 불과 17시간의 시차를 두고 세상을 떠나 화제가 되고 있다.
서로 떨어져 살 수 없었던 이 90대의 잉꼬부부는 17시간이라는 시차를 두고 모두 자연사로 영면했다.
뉴질랜드 헤럴드(New Zealand Herald)는 15일(현지 시간) 북섬 템스에 사는 윌리엄 대러(William Darrah, 94)와 에바 대러(Eva Darrah, 97) 부부 중에 에바는 10일 자정 직후, 그리고 윌리엄은 에바가 영면한 후 17시간 뒤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이들 부부의 딸인 잰(Jan)은 "아버지는 어머니 없이는 살고 싶어 하지 않았고 어머니도 아버지 없이는 살고 싶어 하지 않았다"며 "갈 때는 함께 가겠다는 말을 수 년전부터 해왔으며, 에바가 죽자 아버지 윌리엄은 어머니를 그저 바라보며 붙잡았다"고 말했다.
6명의 자녀와 24명의 손자와 손녀, 29명의 증손, 6명의 현손을 둔 이 노부부는 1938년 무렵 타이루아(Tairua)라는 시골 마을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져 3년 후인 1941년에 결혼했다.
당시 에바는 타이루아에 하나밖에 없는 부모의 잡화점에서 일했고, 템스(Thames) 인근 마을에 살던 윌리엄은 타이루아에 있는 한 목장으로 옮겨와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었다.
결혼과 함께 타이루아에 있는 에바네 가족의 젖소목장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한 부부는 윌리엄이 1942년 투루아(Turua)에 있는 젖소목장을 아버지로 부터 넘겨받으면서 인생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냈다.
1978년 목장 일에서 은퇴한 부부는 템스의 조그만 목초지에서 마차를 끌고 달리는 하네스 경주(1인승 마차 경주)을 하는 말과 돼지, 닭을 키우며 살았다.
이 부부가 키운 말들은 하네스 경주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딸인 잰에 따르면,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아침부터 말과 돼지와 닭들을 돌보았고, 어머니는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배달된 신문을 읽고 신문 잡지에 난 레시피로 요리를 하거나 정원을 가꿨다고 밝혔다.
그녀는 부모님이 일 뿐 아니라 럭비와 가족, 사람들도 무척 좋아했다며 "부모님 댁에는 항상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바로 그런 게 부모님을 오랜 세월 살 수 있도록 해 준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에바가 건강이 좋지 않은 윌리엄을 돌보다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하루 입원하면서 이후 가족들의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을 버티다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잰은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완벽한 신사였다. 우리가 뭔가를 해드릴 때마다 항상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곤 했다"고 말했다.
이 아름다운 노부부는 그들의 바램대로 탬즈에 있는 토타라 메모리얼(Totara Memorial) 묘지에서 영원한 안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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