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사망하면서 전국이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예정돼있었던 故 노 의원의 일정이 또 한번 가슴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사망한 7월 23일, 노 의원은 원래 이날 오전 9시 30분 상무위위원회에 참석해 삼성 백혈병 및 KTX 승무원 복직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갑자기 이날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어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자신의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서면으로 발언내용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집안 사정으로 (상무위에) 못 오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 오전 10시 10분경, 보도자료를 통해 ‘이정미 대표·노회찬 원내대표 외, 93차 상무위 모두발언’ 내용을 공개했다.
노희찬 의원은 이날 상무위원회 서면발언을 통해 삼성 백혈병 및 KTX 승무원 복직과 관련한 메시지를 준비했다.
이 글에서 노 의원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사업장에서 백혈병 및 각종 질환에 걸린 노동자들에 대한 조정합의가 이뤄졌다”며 “그동안 이 사안을 사회적으로 공감시키고 그 해결을 앞장서서 이끌어 온 단체인 ‘반올림’과 수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이어 “KTX승무원들 역시 10여년의 복직투쟁을 마감하고 180여명이 코레일 사원으로 입사하게 됐다. 입사한 뒤 정규직 전환이라는 말을 믿고 일해 왔는데 자회사로 옮기라는 지시를 듣고 싸움을 시작한지 12년만”이라며 “오랜 기간 투쟁해 온 KTX승무원 노동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또 “두 사안 모두 앞으로 최종 합의 및 입사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잘 마무리되리라고 생각한다. 누가 봐도 산재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을 10여년이나 끌게 만들고, 상시적으로 필요한 안전업무를 외주화하겠다는 공기업의 태도가 12년 동안이나 용인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이번 합의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적어냈다.
이 발언은 노 의원이 마지막으로 남긴 공식적 발언이었다. 1982년 대학생 때부터 노동운동을 시작해 정치계에 입문한 그는 마지막까지 노동자들을 돌보며 노동계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된 점을 후련하게 여기고는 세상을 떠났다.
그의 서면 발언이 발표된 시간으로부터 약 20분 후, 언론을 통해 노 의원의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계를 비롯한 전국이 충격에 빠졌다.
국토위 관계자는 "노 원내대표가 상견례 성격인 (후반기 국회) 첫 전체회의에 불참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 국회에서는 여야 교섭단체대표 회동이 예정돼 있었지만 비보가 전달되자 급히 취소됐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전 원내대표는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가 않다"며 굳은 표정으로 국회 로텐더홀을 가로질러 갔다.
노 원내대표와 미국을 함께 다녀온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울먹이는 소리로 "귀국 전날 밤 내가 노 원내대표에게 마지막 술을 대접했는데 마음이 좋지 않아 죽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회찬 의원이 투신한 아파트는 노 의원의 자택이 아니라, 어머니와 남동생 가족이 사는 곳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현관 쪽에 노 의원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아파트는 노 의원의 자택이 아니라 어머니와 남동생 가족이 사는 곳으로 확인됐다.
시신과 함께 발견된 유서에서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부인)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확인 결과 유서는 자필 유서인 것이 맞는 걸로 밝혀졌으며 유족들이 절대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해 전문을 알 수는 없는 상황이다.
부검 역시 유족들이 원치 않고 사망 경위에 의혹이 없어서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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