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로 주목받은 '승리호'(감독 조성희)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영화 스트리밍 1위에 올랐다.
뉴스1에 따르면 7일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 차트에 따르면 '승리호'는 지난 6일 기준 총점 525점을 얻으며 넷플릭스의 전 세계 인기 영화 1위를 기록했다.
'승리호'는 한국을 포함해 벨기에,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말레이시아, 몬테네그로, 필리핀,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우크라이나 등 총 16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70여년 뒤 2092년을 배경으로 한다. 2092년 지구는 식물이 자취를 감추고 사막화가 됐다. 우주 개발 기업 UTS는 지구와 달 사이 우주 궤도에 선택된 5%만의 인류를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반면 이 낙원에 들어서지 못한 나머지 비시민 계급은 사막화된 지구에서 산소마스크와 고글에 의지한 채 살아가거나, 인공위성과 우주건축물의 잔해가 충돌하며 만들어낸 우주 쓰레기를 주워 파는 우주노동자로 살아간다. 주인공인 승리호 조종사 태호(송중기 분)와 전략가인 장선장(김태리 분),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분) 그리고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 분)가 그 우주노동자들이다.

승리호 선원들은 UTS에서 수배 중인 인간형 안드로이드 도로시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UTS는 도로시가 테러 집단 '검은 여우'와 종적을 감춘 대량 살상무기라며 그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있었고, 선원들은 도로시를 거액의 돈과 맞바꾸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도하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사실 도로시는 로봇도 대량 살상무기도 아닌 '꽃님'이란 이름의 소녀였다. 선원들이 꽃님이와 조금씩 정을 쌓아가던 중 장선장은 꽃님이의 범상치 않은 능력을 알게 된다. 꽃님이는 뇌신경이 파괴되는 불치병을 앓다 나노봇 주사를 맞은 뒤 나노봇과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고, 장선장은 꽃님이가 죽어가는 나무를 살릴 수도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렇게 '지구의 유일한 희망'이기도 한 꽃님이었지만, UTS의 회장 제임스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 분)은 그를 UTS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기고 없애려 한다. 사실 그가 UTS의 기술이라 자랑했던 화성의 생명의 나무로 이룬 밀림은 꽃님이가 이뤄낸 것으로, 본래 UTS의 화성 개발을 추적해온 환경 단체였던 검은 여우를 테러리스트로 둔갑시키기까지 했다. 그 진실을 알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꽃님이는 납치되고, 선원들은 목숨까지 위협받는 등 위기에 처한다. 태호는 꽃님이가 납치되면서 설리반이 남겨두고 간 돈으로 딸 순이의 시신을 찾을 수 있게 되지만 꽃님이와 맞바꾼 대가의 돈과 파멸될 지구의 운명을 두고 갈등하게 되고, 선원들은 그런 태호를 뒤로 하고 꽃님이를 찾아나선다.
'승리호'에서 고무적인 점은 서사의 구성이 비교적 유기적으로 매끄럽게 잘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태호와 장선장 타이거박, 그리고 업동이까지 네 캐릭터의 전사와 관계, 더 나아가 빌런과의 갈등 구조까지 기승전결이 유려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극 초반 다소 어색하고 낯설게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어느 정도 전개된 후 서사가 쌓이고 세계관에 어느 정도 적응되고 나면 '승리호' 선원들의 케미스트리가 흥미롭게 느껴진다.

탄탄한 서사 구조에 비해 영화가 그리는 우주와 미래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들은 과학적인 상상력도 뛰어넘을 만큼 과하게 비약적이고 과장됐다는 인상을 남긴다. 관람 내내 '가능한 상황일까' 의문을 지울 수 없고 개연성이 상당 부분 결여돼 있어 과학 지식에 기반을 둔 설정이라 보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그럴싸한 과학적 논리가 뒷받침돼왔던 할리우드 SF 영화를 접해온 관객들에게 얼만큼 설득력을 줄 수 있을지, 이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승리호'에 담긴 비주얼과 스케일은 기대 이상이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청소선들이 우주쓰레기를 쟁취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과 우주 전투 장면 등은 기대 이상의 쾌감을 주는 우주 액션신이다. 업동이가 작살을 날리며 우주를 시원하게 활강하는 장면도 또 다른 볼거리다. 총알보다 빠른 스피드로 우주 쓰레기를 가로채는, 불법개조된 승리호의 거친 비주얼도 인상적이다. 큰 스크린에서 감상했다면 좋았을 듯한 아쉬움도 남는다.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는 것은 보편적인 드라마다. 현재까지는 약점보다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 다만 부성애 코드, 인류애 코드를 깔아 대중적 공감대를 확장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한국 상업영화 특유의 진부한 신파로 여겨질 수 있다. 부성애와 인류애가 특별한 서사 없이, 인간 본성에 따른 것처럼 묘사되면서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그려진 점도 진부하게 비쳐질 수 있다. 그간 한국 상업영화에서 반복돼온 흥행 코드들이 어김없이 담기면서 '승리호'도 그 기시감에서 자유롭지만은 못하다.
영화는 생명을 잃어가는 지구, 미지의 우주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따뜻한 인류애로 희망을 전한다. SF영화에 담겨온 근본적인 주제들이 그래왔듯, '승리호'도 그 인류애의 발현으로 영화를 끌어가는 동력을 보여준다.
[사진]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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