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초점을 맞추며 바이든 미국 신 행정부와의 대북정책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대북제재 완화를 두고 한미 간의 기류 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제재 완화 관련 '스피커'는 단연 통일부다. 청와대와 외교부 등은 제재 완화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점과 비교된다는 평가다.

뉴스1에 따르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3일 '다시 평화의 봄, 새로운 한반도의 길' 세미나 축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같은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해서는 제재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데 국제사회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 장관은 '대북제재로 북한 주민의 삶이 어려워 졌다면 짚고 넘어가야한다' '제재 유연한 적용 비핵화 협상 촉진' '추가 제재 얘기 전 그간 제재 성과 평가 필요' 등의 발언을 내놨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특성상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 목소리를 낸 것이라는 '호평'이 있는 반면, 미국과의 엇박자 가능성이 있는 발언이라는 '혹평'도 공존한다. 특히 혹평은 미국 조야에서 나온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전날 더불어민주당과의 비대면 화상 간담회에서 대북제재 완화는 북한의 선(先) '비핵화 행보'가 있어야 한다며 "한국이 안보를 축소하고 희생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이)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왜, 어떤 이유로 제재를 완화해야 하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의 이날 발언은 보수야당도 아닌 여당 주최 간담회에서 한 쓴소리여서 '작심발언' 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도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현재 경제 위기는 제재 때문이 아니라 형편없는 경제 계획과 관리 무능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 개선보다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매진한 북한 정권의 잘못이 크다는 얘기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추가 대북제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도 한미 간 '이견' 우려 관측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1월 추가 제재와 외교적 인센티브를 함께 언급한 바 있다. 북한 태도 여하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모두 활용할 것이라는 입장인데, 이런 상황에서 제재 유연화를 먼저 고려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의 첫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는 1일(현지시간) 의장국 취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동맹국과 함께 원칙적인 외교를 할 것이며 북한 비핵화를 향해 계속 압박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가 대북제재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국 외에도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완화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부분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나빌라 마스랄리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담당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게 비핵화 대화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완전한 제재 이행이 중요한 도구라고 본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워싱턴 조야와 바이든 행정부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그렇게 찬성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이란과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복귀를 논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먼저 제재 해제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 중인 것도 참고할만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전면적으로 대북정책 재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는 미국과 가치 공감대 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특히 북한이 우리의 협력 제의에 반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재 완화 아이디어는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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