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징병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서고 정치권에서도 '남녀평등복무제'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젠더 이슈'까지 겹치면서 평등복무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기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20대 남성의 박탈감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뉴스1에 따르면 24일 오후 5시30분 기준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2만명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청와대도 공식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
청원자는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여성 또한 징집 대상으로 포함해 더욱 효율적으로 병 구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청원 동의자가 빠르게 모인 것은 '남녀 성대결'과 '공정에 대한 요구' 분위기가 주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20대 남성은 여성이나 다른 세대에 비해 남성만의 의무 복무가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진행한 '남성만의 의무복무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남성 1036명, 여성 976명 참여) 대해 남성 57.3%는 '바람직하다'고 답한 반면 42.7%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여성의 '바람직하다'(58.6%)와 '바람직하지 않다'(42.7%)는 응답도 남성과 비슷했다.

특히 20대 남성의 '바람직하다'는 응답(41.8%)은 다른 세대에 비해 크게 낮았다. 20대 여성(54.1%)과 비교해도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있다.
남성 의무 복무가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20대 남녀 모두 '개인 희생의 부적절'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전문성 중요' '부적합 남성의 군 복무' 문제를 지적하는 경향이 있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20대 남성들이 동년배 여성에 가지고 있는 불만은 매우 큰 수준"이라며 "여성 징병제로 20대 남성들이 평등 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면 젠더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을 통해 모병제로 전환하되, 남녀 모두 최대 100간 의무적으로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남녀평등복무제'를 제안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여성 징병제와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남녀가 동일하게 복무하자는 점은 공통적이다.
다만 박 의원의 제안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20대 남성의 여당 이탈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박 의원의 제안에는 이들의 표심을 되찾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20대 남성의 표심을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할 것이고 실제 이런 제안이 20대 남성 지지층을 되찾는데 어느 정도 도움 될 것"이라면서 "첫째로는 정치적 필요성, 둘째로는 실제 군사적 필요성에 따른 제안"이라고 해석했다.
신 대표는 박 의원의 제안이 모병제를 주로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현실성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여성의 징병 문제에 대해 진보 정치인이 화두를 던져줌으로써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여성 징병제 도입이 사실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병역제도 개편은) 군사적 효용성이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사회적 합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여성 징병제가 시기상조란 입장으로 봐야 하는 거냐'는 질문엔 "예"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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