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 후 1년만에 여의도에 발걸음을 했다. 정치권에선 본격적인 정치 재개에 앞서 분위기 환기용 아니냐는 시선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4·7 재보궐선거 이후 잇단 사면론과 서병수 의원의 탄핵불복론 주장에 당을 향해 '도로한국당'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황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당내서도 달갑지 않은 기색이다.

황 전 대표는 지난 26일 국회를 방문해 본청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인 최승재 의원을 격려했다. 최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의 손실 보상 소급 적용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황 전 대표가 국회를 찾은 것은 지난 21대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지 1년 만이다.
황 전 대표는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의 대권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것은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일이라 생각한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면서도 "그때까지 제 책임을 다하겠다"며 출마 가능성을 남겨뒀다.
황 전 대표는 지난 4·7 재보선을 전후로 꾸준히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며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걸어 왔다. 지난 2월 참회록인 '나는 죄인입니다'를 출간했던 황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연일 암호화폐와 펜데믹 사태, 4·7 재보선 등을 주제로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런 황 전 대표 움직임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은 전날(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황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대패했고, 당시 사령관을 하셨다"며 "지금 몸을 푸시든 뭐든 개인의 자유겠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성 비대위원은 황 전 대표의 정치행보에 대해 당 내 부정적 기류가 많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황 전 대표를 만류하거나 뒤로 가라는 조언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의원들 사이에서 많이 있었다"면서도 "그 의사가 전달됐는지 안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김병민 비대위원도 같은 날 SBS 프로그램인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비슷한 시각을 밝혔다.
김 비대위원은 황 전 대표의 정치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이 재보선 승리 뒤 오히려 과거로 퇴행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라며 "지난 총선에서 집권당에게 180석 승리를 안겨 준 패장의 무거운 책임을 바라본다면 앞으로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황 전 대표의 행보가 적절한지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철 지나고 시대가 흘렀던 많은 사람들이 조연 역할을 하며 누군가가 빛나기 위해 행동하기보다는 너도 나도 주인공이 되고자 하나 둘씩 행보를 이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무거운 감정"이라며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야권 지지층의 마음을 유추하면 스스로 주연이 되겠다는 생각을 뒤로 접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황 전 대표가 지난해 총선 패배의 책임과 극우 이미지 때문에 본격적인 정치 무대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국민의힘이 중도층과 청년 세대의 표심을 확고히 하기 위해선 쇄신 이미지를 공고히 해야 하는데, 황 전 대표의 복귀는 국민의힘에게 씌워진 '도로한국당'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2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황 전 대표가 당이 대선을 앞두고 대표 경선을 치르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극우 이미지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닌 황 전대표가 당이 새로이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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