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보건단체가 '아들 특혜 입원' 논란에 휩싸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임과 서울대병원장에 대한 교육부 감사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등은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병상 확대와 인력 충원 예산 배정을 거부한 홍 장관은 자격이 없다"며 "청와대는 침묵을 멈추고 대국민 사과와 기재부 장관 즉각 해임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공공의료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차별없이 책임져야 할 공공병원장이 부정 청탁에 앞장서 특혜를 제공했다"며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을 비판했다.
이들은 "공공병원으로서 서울대병원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국민의 병원으로 되돌리기 위해 서울대병원 노조는 교육부에 감사를 청구한다"고 덧붙였다.
홍 장관의 아들 A씨는 지난달 24일 다리 발열 및 통증으로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며 응급상황이 아니라는 진단에 따라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을 것을 안내받았다. 그러나 A씨는 약 2시간 뒤 입원 결정이 내려지자 서울대병원 특실에 입원했다.
이 과정에서 홍 장관이 김연수 병원장에게 연락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나 홍 장관은 김 병원장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홍 장관과 김 병원장을 5일 직권남용·업무방해·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입원 특혜 논란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대통령의 신임은 굳건하다. 역대 '최장수 기재부 장관'인 홍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까지 함께할 공산이 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9일 '2022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홍 부총리에게 "임기 마지막까지 흔들림없이 역할을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홍 부총리도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해 홍 부총리의 아들이 1인 특실에 입원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특혜를 받아 입원한 것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홍 부총리의 아들이 입원한 병동은 코로나 환자병동과 분리돼 코로나 환자 입원과 관계가 없고,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이 특실 입원을 결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남아있던 특실에 입원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의당 등 정치권과 노동·보건단체 등은 "명백한 특혜"라며 홍 부총리가 즉각 장관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격려 차원을 넘어 변함없는 신뢰를 보낸 '시그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도 해당 의혹에 대해 "누구든 자식이 병원에 입원할 정도가 되면 답답하지 않겠냐"며 "홍 부총리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고 옹호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까지 더해 청와대가 홍 부총리와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18년 12월11일 기재부 장관직을 맡아 조만간 취임 3주년을 맞는 홍 부총리는 그간 숱한 당정갈등과 비난 여론에도 수차례 해임론을 돌파하며 최장수 기재부 장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에 접어든 지난해에는 '선별 지원' 소신을 꿋꿋이 내세우며 여당과 여러 차례 부딪혔다.
지난해 3월에는 여당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1차)에 반대한 뒤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해임을 언급했고, 같은해 10월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인 '대주주 요건' 확대안을 놓고 해임이 거론됐다.
올해 2월에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관련해 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선별 병행 지급론에 반기를 들자 또다시 여당 일각에서 해임 건의가 나왔다.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으로 당정 갈등을 빚었을 당시엔 홍 부총리가 스스로 사표를 던지기도 했으나 문 대통령이 반려하고 재신임 입장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올해 2월에도 자신의 거취까지 고민한다는 뜻에서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으로 걸어가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정계진출설도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여권발 전략공천설이 나왔고, 이후로도 강원지사 차출·출마설에 얽혀 개각설이 있을 때마다 대상으로 지목되곤 했다.
'최장수 기재부장관'으로 3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잡음도 적지 않았지만 매번 자리를 지켰던 홍 부총리. 이번에는 개인적인 문제로 곤경에 빠졌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변함없는 신임을 보냈고, 홍 부총리는 문재인 정권의 '경제지휘관'으로 마지막까지 함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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