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내에서의 사고방식 자체를 뜯어고쳐야 할 것 같다.
성추행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공군 故이예람 중사의 사망 이후에도 군 내부에서는 계속해서 2차 가해가 이뤄졌던 정황이 드러났다. 국민일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의 '군대 내 성폭력에 의한 생명권 침해 직권조사' 결정문에서 이런 사실이 다 드러나고 말았다.

故이예람 중사는 지난 2021년 3월 성추행 피해를 입고 6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특히 그는 숨지기 하루 전날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지만 법적으로 부부가 된지 하루 만에 숨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당시 군 당국은 석 달의 시간이 있었지만 부실한 수사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故이예람 중사는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자발적으로 전출을 요청했고 민간인 성 고충 전문상담관과 약 22회의 상담을 받기도 했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이로 인해 군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아 유가족들에게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뿐만 아니라 군 간부들의 사고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에 따르면 군 간부들이 이 사건 이후에도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군 법무관들이다. 당시 故이예람 중사의 국선변호인을 맡았던 공군 A중위와 군 법무관 동기 3명은 지난 2021년 6월 단체 카톡방에서 신상정보를 공유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남친은 하루만에 돌싱됐네. 혼인신고가 개트롤(허튼짓)이네"라면서 "엿 먹인 게 아닐까. 이해가 안되네"라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혼인신고 하루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부분에 대해서 故이예람 중사를 향해 모욕적인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은 것이다. 심지어 A중위의 경우 그를 변호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故이예람 중사의 원 소속부대에서도 2차 가해의 정황은 속속 드러났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군 검사 B중위는 지난해 4월 16일 故이예람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사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부대 관계자 2명에게 "XX 강제추행. 피해자 자살 시도. 차에 탔던 상사 XX가 피해자 남편 불러 합의 종용" 등의 내용을 문제 미시지로 공유했다.
이는 성추행 사건을 담당하고 수사하는 군 검사가 故이예람 중사가 심각한 불안정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고도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와 관련된 상황을 주변에 전달하는 등 2차 가해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인귄위원회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3월 31일 국방부에 추가 조사를 권고했다. A중위는 기소됐지만 군사법원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고 군 검사인 B중위 역시 국방부 검찰단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인권위 직권조사가 추가 조사를 권고한 만큼 특검에서 다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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