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인 23일 "약속을 지켰다. 감회가 깊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해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내(김정숙 여사)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리운 세월이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함께해주신 많은 시민께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늘 깨어있는 강물이 돼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5년 만에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통령 신분으로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편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에 따르면 이날 추도식에는 1만 8000여명이 운집했고 저마다 '노무현 정신'을 기렸다.
봉하마을에는 아침부터 참배객들이 줄을 이었다. 워낙 많은 인원이 몰린 탓에 시민공용주차장과 버스공용주차장이 꽉 차 마을 입구부터 1㎞ 떨어진 지점에 임시주차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날 추도식은 '나는 깨어 있는 강물이다'란 주제로 오후 2시부터 약 1시간 30분가량 엄수됐다. 추도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노란 풍선과 파란 풍선을 섞어들고 노 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했다.
추도식에서는 권양숙 여사가 가운데 앉아 내빈을 맞이했다.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유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이철희 전 정무수석도 추모객 맞이를 도왔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정부를 대표해 추도했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도 추모식에 참석했다.
특히 이날 추도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환호와 관심을 받은 인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5년 전 당시 추도식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돼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한 뒤 실제로 5년 만에 다시 찾은 문 전 대통령은 검은색 양복에 흰 셔츠를 입고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추도식을 찾았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봉하마을에 도착한 뒤 추도식에 앞서 권양숙 여사와 야당 지도부와 함께 비공개 오찬을 가지고 친분을 나눴다. 이재명 위원장과는 따로 사진 한 장을 찍기도 했다. 체험전시관 관람 이후에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당신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문 전 대통령이 추도식에 나타나자 시민들은 "사랑합니다", "문재인"을 연호하며 그를 맞았고 문 전 대통령도 이들을 향해 손인사로 화답했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에 처음으로 내려와 시민들의 환호에 환한 미소로 화답했던 장면과 흡사했다.
박혜진 아나운서 사회로 이어진 추도식에서도 문 전 대통령을 향한 환호가 이어졌다. 박 아나운서가 "여러분이 정말 반가워해 주실 분이다. 8주기 추도식에서 국민께 약속했던 그대로 오늘 이 자리를 찾아줬다. 지난 5년간 국정운영을 정말 훌륭하게 잘 마쳐주시고 이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와 준 문 전 대통령, 김정숙 여사가 찾아주셨다"고 소개하자 참석한 시민들은 큰 박수로 문 전 대통령 내외를 맞았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김 여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추도식 중간에도 중계 화면에 문 전 대통령이 비칠 때마다 시민들은 "사랑합니다" 소리와 함께 환호를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은 추도식 도중 자신을 향한 박수가 나오자 한번 더 일어나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김 여사는 추도식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문 전 대통령은 추억에 잠긴 듯 지그시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바라보기도 했다.
추도식에서 별도의 연설은 하지 않은 문 전 대통령은 추도식이 끝난 뒤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분향과 참배를 마친 뒤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문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한편 이준석 대표가 추도식에 들어서자 시민들은 "돌아가라", "오지 마라"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야유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자중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추도식에서 문 전 대통령이 시민들을 향해 인사할 때마다 함께 박수로 화답했지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별도로 박수를 치지는 않았다.
추도식에서는 가수 강산에씨가 '지금',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두 곡을 연달아 부르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고 시민 조규애씨가 대표로 추도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추모 영상에서는 "우리 국민은 수많은 좌절을 통해 가슴에 민주주의 가치와 신념을 키우고 역량을 축적해왔다. 의미 있는 좌절은 단지 좌절이 아니라 더 큰 진보를 위한 소중한 축적이 되는 것"이라는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육성과 영상이 나오기도 했다.
추도식은 모든 추도식 참석자들이 '상록수'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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