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번에 물이 차버렸어요", 살려보겠다고 창문 다 깨고 방범창 다 뜯고 한거죠."
9일 오후 도림천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주택가. 전날 내린 폭우로 벌어진 발달장애인 가족 사망 사건의 급박했던 현장 상황을 이웃 주민들은 이렇게 전했다.
폭우가 남긴 피해를 말해주는 듯 해당 가족이 살던 인근 주택가는 혼란 그 자체였다. 도림천이 범람하면서 흙탕물과 쓰레기가 뒤섞여 어지러웠고, 벽이 무너지고 도로가 파손된 곳도 많았다.
특히 이들 가족이 살던 반지하 집은 아직도 물이 반쯤 차 있어 가재도구가 여기저기 떠다니는 상황이었다.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창문은 깨져있고, 방범창도 뜯겨 있었다.
첫 신고가 이뤄진 것은 전날 밤 9시쯤이었다. 신림동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있던 A씨(47)는 집 안으로 물이 차오르자 2층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신고를 부탁했다.
당시 서울 서남권에 집중된 비로 인해 이 주택으로부터 500m 정도 떨어진 인근에 있던 도림천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대피 공지가 인근에 울려 퍼졌다.
이웃 주민 이씨(31)는 "사이렌이 들렸던 것 같은데 다들 자기 집으로 물이 들어오다 보니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사이렌을 인지하지 못 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김병택씨(67)는 "밤 10시쯤에 집에 돌아왔을 때 이미 물이 허리까지 다 차 있었다"며 "오후 7시부터 물이 차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비는 서울 서남권에 집중됐다. 도림천에는 이날 밤 9시26분쯤 범람으로 인한 대피 공지가 내려지기도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배수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해 소방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배수작업이 끝났지만 A씨는 언니 B씨(48), 딸(13)과 함께 사망한 채 발견됐다. 언니 B씨는 발달장애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웃 주민 60대 이모씨는 "가족 살려보겠다고 소방대원들이 창 깨고 방범창을 뜯고 했다"며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해당 반지하에는 이들 세 명 외에 자매의 모친까지 총 4명이 거주했지만 모친은 현장에 없었다. 이웃 주민 60대 강모씨(여)는 "가족의 엄마가 병원에 검사받으러 갔는데 '엄마 물 찬다' 이렇게 연락이 왔었다"며 "근데 그 순간 단번에 물이 차버린 것"이라며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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